“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隨處作主 )”은 불교 수행자들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말입니다. 이는 임제록(臨濟錄)에 등장하는 임제 선사의 가르침으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머무는 그곳이 모두 진리다”라는 뜻입니다.
1. “수처작주(隨處作主)” – 주인의식의 회복
‘수처작주’는 외부 환경에 끌려 다니지 않고, 어디에 있든지 자신의 마음을 주체적으로 바로 세운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의 ‘주인’은 세속적 권위자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을 말합니다. 임제 선사는 “네 마음이 곧 부처”라고 했습니다. 즉, 외부에서 깨달음이나 진리를 찾지 말고, 자기 안에서 주체성을 회복하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럴 때 ‘수처작주’는 단순한 독립성을 넘어, 순간순간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금의 상황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주인의 역할을 해나가라는 지침이 됩니다.
2. “입처개진(隨處作主)” – 머무는 곳마다 진리를 구현하라
‘입처개진’은 주인이 된 그 자리가 곧 진리의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진리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청정한 도량만이 수행처가 아니라, 시장통에서도,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진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든 자기 마음을 바르게 세우고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 말은 또한 ‘현실도량화’의 실천을 강조합니다. 수행은 산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에서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불교의 생활화, 즉 삶 자체를 수행의 장으로 여기는 현대적 불교 실천에도 잘 부합합니다.
3. 현대사회에서의 실천적 함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핵심 원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와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리는 시대에, 이 말은 내면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어디에 있든 진정성 있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또한 이 가르침은 직장인에게는 일터가 수행처가 될 수 있고, 부모에게는 가정이 도량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중요한 것은 바깥의 조건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태도입니다.
4. 결론 – 한 걸음 한 걸음이 수행의 자리
임제 선사가 말한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삶의 어느 순간도 수행에서 벗어난 시간이 없음을 일깨워줍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 이 순간이 곧 진리를 구현할 수 있는 자리임을 아는 사람은 매사에 책임 있게 살며, 타인과 세상을 존중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진정한 수행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세우고, 삶의 중심에 주인의식을 놓는 것, 그리고 머무는 그 자리에서 진리를 살아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교적 삶의 실천이자, 현대인이 배워야 할 정신의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